"태우지 않고 찐다"는 말, 들어보셨죠? 근데 몇 도에서 찌느냐에 따라 나오는 물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이코스, 릴, 글로. 이른바 가열식 담배(HTP: Heated Tobacco Product)를 피워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광고 문구를 보셨을 겁니다.
"태우지 않아서 덜 해롭습니다." "연소 없이 니코틴을 즐기세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태우는 것(연소)과 찌는 것(가열)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몇 도에서 찌나요?
이 숫자 하나가 HTP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 온도에 따라 담배에서 일어나는 일이 달라집니다
담배잎은 가열 온도에 따라 세 가지 단계의 반응을 거칩니다. 이게 HTP 이해의 출발점입니다.
1단계 — 증류 (300°C 이하)
니코틴, 글리세린, 향료 성분이 기화되어 에어로졸로 추출되는 단계입니다. 담뱃잎 자체 구조는 거의 손상되지 않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유해물질 생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2단계 — 열분해, 파이롤리시스 (300~700°C)
이 구간이 중요합니다. 열분해(Pyrolysis)가 시작되면서 담뱃잎의 단백질, 셀룰로오스, 당류 등 유기물이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등 유해 물질들이 만들어집니다. 연초 연기에 있는 발암물질 상당수가 이 열분해 과정의 산물입니다.
3단계 — 연소 (750°C 이상)
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구간입니다.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수증기가 대량 생성됩니다. 일반 궐련 담배가 불을 붙이면 이 구간에 진입합니다. 연초 연소 시 담뱃잎 끝 온도는 600~950°C에 달합니다.
📊 아이코스, 릴, 글로 — 각각 몇 도일까요?
| 아이코스 (IQOS) | 약 350°C | 블레이드 직접 접촉 가열 |
| 릴 (lil) | 약 320°C | 블레이드 직접 접촉 가열 |
| 글로 (glo) | 약 240°C | 외부 가열 (담배잎 비접촉) |
| 연초 (궐련) | 600~950°C | 연소 |
여기서 중요한 게 보입니다.
아이코스(350°C)와 릴(320°C)은 모두 열분해가 시작되는 300°C를 넘어서는 온도입니다. 즉, "태우지 않는다"고 하지만 열분해는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글로(240°C)는 300°C 이하로, 열분해 구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맛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연무량이 적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찌는 게 아니라 그냥 따뜻하게 데우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 온도가 높을수록 무엇이 더 나올까요?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HTP 에어로졸에서도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롤레인이 검출됩니다.
| 포름알데히드 | 1군 발암물질 | 당류·글리세린 열분해 |
| 아크롤레인 | 2A군 (발암 가능성 높음) | 글리세린 열분해 |
| 아세트알데히드 | 2B군 (발암 가능성) | 당류·글리세린 열분해 |
| 아세나프텐 | 발암성 다환방향족탄화수소 | 열분해 산물 |
💡 IARC(국제암연구소) 분류란? 물질의 발암 가능성을 1군(확실한 발암물질)부터 4군(발암 가능성 없음)으로 구분하는 기준입니다. 1군에는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PMC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HTP 에어로졸에서 연초 연기보다 20가지 이상의 유해물질이 더 높은 농도로 검출된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세나프텐은 HTP 에어로졸에서 연초 연기보다 약 3배 높은 농도가 보고됐습니다.
"유해물질이 적다"는 게 사실인 물질도 있지만, 일부 물질은 HTP에서 오히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가열 방식의 차이도 맛과 유해물질에 영향을 줍니다
온도뿐 아니라 어떻게 가열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블레이드 직접 가열 방식 (아이코스, 릴) 금속 블레이드가 담뱃잎 중심부에 직접 꽂혀서 안쪽부터 가열합니다. 담뱃잎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니코틴 추출 효율이 높고 맛이 진합니다. 그 대신 블레이드에 찌꺼기가 붙어 청소가 필요하고, 블레이드 파손 위험도 있습니다.
외부 가열 방식 (글로) 담뱃잎 주변을 감싸는 형태로 외부에서 열을 가합니다. 담뱃잎과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찌꺼기가 적고 청소가 간편합니다. 대신 열 전달 효율이 낮아 온도가 낮고(240°C), 맛이 가볍고 연무량이 적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 "연소 없음 = 안전"은 성립할까요?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면 이렇습니다.
"연소 없음 = 연초보다 유해물질 종류와 양이 적을 수 있다" — 이건 대부분의 연구에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수천 가지 화학물질은 피할 수 있습니다.
"연소 없음 = 안전하다" — 이건 성립하지 않습니다. 열분해(300°C 이상)가 이미 일어나고 있고, 그 산물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됩니다.
온도 비교로 보면 이렇습니다.
| 글로 | 240°C | 증류 구간 — 열분해 미발생 |
| 릴 | 320°C | 열분해 구간 진입 |
| 아이코스 | 350°C | 열분해 구간 — 유기물 분해 시작 |
| 연초 | 600~950°C | 연소 — 대량 유해물질 생성 |
이 표를 보면 각 제품이 연초 대비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 소비자가 알아두면 좋은 것들
같은 HTP라도 제품마다 위험 프로파일이 다릅니다 온도가 낮은 글로와 높은 아이코스는 유해물질 발생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HTP니까 다 비슷하겠지"가 아니라 제품별 차이가 있습니다.
필터도 가열됩니다 담배잎만 가열되는 게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담배 스틱의 필터 부분도 가열되면서 포름알데히드와 아크롤레인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필터를 통과하는 공기가 따뜻해지는 구조 자체가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타르 90% 감소"라는 표현에 주의하세요 일부 제조사가 내세우는 타르 감소 수치는 연초와 특정 조건에서 비교한 수치입니다. 타르가 줄었다는 게 모든 유해물질이 줄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부 물질은 오히려 HTP에서 더 높게 검출될 수 있습니다.
장기 연구 데이터가 없습니다 연초는 수십 년치 장기 추적 연구가 쌓여 있습니다. HTP는 대중화된 지 10년도 안 됐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 정리하면
| 핵심 온도 구간 | 300°C 미만: 증류 / 300~700°C: 열분해 / 750°C↑: 연소 |
| 아이코스 온도 | 약 350°C — 열분해 구간 진입 |
| 릴 온도 | 약 320°C — 열분해 구간 진입 |
| 글로 온도 | 약 240°C — 증류 구간 |
| 연초 온도 | 600~950°C — 연소 |
| HTP 유해물질 | 연초보다 적은 것도 있고, 더 많은 것도 있음 |
| "연소 없음 = 안전" | 성립하지 않음 |
"태우지 않는다"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태우지 않아도 열분해는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300°C입니다.
아이코스와 릴은 이미 그 선을 넘어서 있습니다.
온도를 알면 HTP가 어떤 제품인지 훨씬 명확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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